특별 알바-하
특별 알바-하
근 한 달 만에 만난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저녁과 함께 가볍게 마신 맥주에 그는 쉽게 취했다.
"세희? 도대체 이게 뭐야. 우린 결혼을 약속한 사인데 우린 아직 육체관계 한번 없었어. 그렇게 오래 거부하는 이유가 뭔지 이제 알고 싶어."
서너 차례의 키스와 패딩 외에 단 한 번 관계를 허용하지 않았던 세희에 대한 불만을 털어 내는 김 대리의 표정은 의외로 완강했다.
마치 결심하고 나온 사람처럼 단호했다.
"그냥 지키고 싶을 뿐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그러고 싶을 뿐이에요."
세희의 마음은 아팠다.
몇 차례의 관계 후 자신을 떠났던 남자들을 생각하면 결혼을 위해서는 마지막 것은 항상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대리에게의 자기 육체는 최후의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세희를 괴롭게 했다.
그러나 그날 그의 요구는 예전의 것과는 판이할 정도로 강했다.
세희는 포기하고 싶었다. 다른 수많은 남자에게 일회용 커피처럼 자신을 열어주며 정작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을 지킨다는 논리는 양심으로서는 도저히 성립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제 그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껏 육체의 열정을 불태우고 싶었다.
지독한 이율배반의 질곡을 벗어나고 싶었다.
설령 관계로 인하여 파탄이 오고 말지라도 이젠 그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알았어. 어떤 식으로라도 자기 원하는 대로 해."
"............"
사방의 어둠이 차 안을 바깥과는 완벽하게 차단해주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맥주의 가벼운 향기가 후각을 자극했다.
그의 손은 어느 사이 블라우스의 단추를 열었다.
가슴이 떨려왔다.
이미 결심한 세희는 아주 빠른 속도로 흥분했다.
하지만 그 흥분의 기운을 숨기고 싶었다.
완전한 내숭을 떨고 싶었다.
조용히 숨소리를 죽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정숙한 약혼녀로 행동하고 싶었다.
그의 손이 아래로 내려왔다.
점점 빨라지는 그의 호흡이 귓불을 자극했다.
청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조수석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 그는 급하게 세희의 위로 올라왔다.
사랑하는 남자의 무게가 자신의 유보한 욕망의 불에 지피고 있었다.
그 불길은 야릇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희는 철저히 숨죽이며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청바지가 내려진다.
하얀 세희의 두 다리가 어둠 속에서도 어렴풋이 빛난다.
봉긋한 젖가슴으로 그의 입술이 다가온다.
좁은 차 안의 시트에 세희의 다리가 앞 유리 쪽으로 가지런하다.
그가 바지를 내린다.
살갗이 와닿는 느낌이 신선하다.
그의 손이 부끄러운 털을 쓰다듬는다.
탄탄한 세희의 허벅지 사이로 그의 손이 유영하듯 움직인다.
세희는 다리를 비튼다. 첫 움직임이다.
두 사람의 입김이 유리창에 뿌옇다.
망사 팬티가 흘러내려 세희의 다리 끝에 매달려 있다.
적막한 호수 공원의 주차장에 몇 대의 차량이 들어왔다간 사라진다.
세희의 다리가 벌어진다.
어둠의 색깔이 무성한 털의 윤곽을 확대하고 있다.
그의 솟은 심볼이 세희의 옥문 입구에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세희는 눈을 감는다.
유독 김 대리에게만 오래도록 지켜온 이미 난장처럼 되어버린 육체의 문이 열린다.
아. 미끄러운 것이 들어온다.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옥문이 움직인다.
미끄러운 것이 미끄럽게 들어오고 있다.
낡은 차의 시트가 삑삑거리고 있다.
차체가 조금씩 흔들거린다.
속도가 빨라지며 소리는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시트에서 묻어 나오는 그 불협화음, 한낮 이발소에서의 기억이 고개를 쳐든다.
그곳의 의자에서도 이런 소리가 났었지.
오늘은 네 명의 남자를 닦아 주었지.
크림을 발라 마사지를 하면 오 분을 넘기는 사내가 없었어.
마지막 손님은 유난히 물건이 크더군.
그래서 입으로 해줬지.
입안 가득히 흘러넘치던 미끄러운 것, 아카시아 향기 같은 그 미끄러운 느낌의 액체.
그의 숨소리가 거칠다.
세희의 다리가 그의 다리를 안고 있다.
어둠 속에서 포개진 네 개의 다리가 허옇게 욕망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 욕망? 무엇이 어둠 속에 남아있는가.
이렇게 허기진 욕망을 이 남자는 어떻게 참아왔을까.
욕망의 아스라한 배설을 마치고 긴 수면으로 빠져들던 손님들과 이 남자는 어떻게 다른가.
발끝에 걸려있던 실팬티가 다리의 흔들림으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세희의 다리가 벌어진다.
시트의 마찰음이 커진다.
19살의 나이로 입사했던 때가 생각난다.
남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춤추고 노래하면서도 아무런 느낌이 없이 담백했던 시절이었지.
육체의 욕망을 달래는 데는 아무런 노력이 필요 없던 시절.
그래 그때가 좋았어.
다리 사이에서 김 대리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그의 까칠한 다리의 감촉이 어색하다.
그랬지. 입사 두 달 되는 날 야유회였지.
노래하고 놀며 마신 술이 주량을 넘어버렸고 필름이 끊어졌었어.
지끈한 머리를 감싸며 눈을 떴을 때의 기억은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어.
팀장의 까칠한 다리가 하얀 허벅지 위로 걸려 있었지.
의지와 상관없이 육신이 남자의 다리 아래에서 사정없이 노출된 처음의 사건.
그 번들거리며 가랑이에 말라붙어 있던 남성 분비물의 이질감으로 한동안 몸서리를 쳤지.
김 대리의 가쁜 숨이 귓가를 덥혀 오고 있다.
남자는 늘 숨이 가빠지며 쏟아놓곤 했지.
적당한 온도의 따뜻함으로 쾌락의 샘물을 쏟아버리면 호흡이 가지런해지고 했어.
이 남자도 곧 욕망의 물을 쏟아내겠지.
그리고 어떤 표정으로 나를 대할까.
두렵다.
정복한 사내의 표정은 언제나 의기양양했지.
그것이 싫었어.
그토록 집요하게 요구한 이 남자에게 난 얼마나 초인적 노력으로 인내했던가.
아아. 그런데 지금 이 공원의 어둠 속에서 나는 이제 열리고 말았어. 아니, 열고 말았어.
세희의 엉덩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복잡한 생각과는 다르게 이제 반응을 시작한 세희의 엉덩이가 심한 수축 작용을 하고 있다.
남자의 움직임보다 훨씬 격렬한 요동이다.
아주 조심스레 세희는 체위를 바꾸고 있다.
갑자기 이 남자를 누르고 싶다.
이발소에서의 기마자세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 남자를 대하고 싶다.
내 온 정성을 다해서 남자를 분출시키고 싶다.
그간 눌러온 내 사랑과 욕망의 이름으로 이 남자를 기쁘게 하고 싶다.
가난했던 탓으로 결혼까지 미루었던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다.
세희는 삽입의 상태로 겨우겨우 남자의 위로 오른다.
엉덩이를 돌린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머릿결이 출렁이고 있다.
그리고 단추만 헤집어진 하얀 젖가슴이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
우윳빛 살결.
고개를 젖힌 세희의 움직임이 거칠어진다.
들었다, 놓았다, 뺐다, 넣기를 반복하며 세희는 단념한다.
이미 내 끼를 숨기기엔 때가 늦어 버렸어.
난 이제 하내 욕망덩어리일 뿐이야.
이 남자에게 더 이상 결혼 상대로 남지 않아도 좋아.
아아. 견딜 수가 없어. 하늘로 오르는 듯한 기분이야.
이 시간의 순간이 내게 있을 뿐이야.
"아아. 미치겠어. 자기, 자기 엉덩이를 더 들어봐."
"나와버릴 것 같아...."
"안돼. 좀 더, 좀 더, 조금만 더, 아아 조금 더. 난 어떡해.."
세희는 다급하게 외치고 있다.
좀 더라고 외치는 세희의 말은 거의 절규에 가까워지고 있다.
"푸우 ....."
"안돼, 조금 더, 제발 조금 더. 나 죽어, 죽어, 조금만 더, 제발."
완전히 몸을 뒤로 젖힌 세희는 거의 단말마의 신음을 내며 앞 유리창에 뒷머리를 부딪친다.
종착지다.
세희는 끝없이 더를 외치고 있지만 이미 김 대리는 쏟아내고 만다.
미끈한 샘물이 기마자세로 앉은 세희의 다리 사이로 흘러내린다.
세희는 후회스러웠다.
아주 빠르게 식어버리는 남자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데다가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뱉어버린 사실이 후회스러웠다.
담배를 빼 문 김 대리의 누운 자세가 또다시 이발소의 손님 같다.
휴지로 자신의 아래를 닦아낸 세희는 바닥에 팽개쳐진 팬티를 주워 다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섹스를 가진 후 처음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의 표정이 아무래도 심상찮다.
7. 술 취한 손님
약혼자와 첫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났다.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날 출근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 기분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발소에 가자마자 손님 자리로 갔다.
면도를 끝낸 사내가 누워서 코를 골고 있다.
주변에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깨우기 위해 흔들어 본다.
피곤함에 겨운 사내가 눈을 뜬다.
세희는 마사지로 끝을 내야겠다고 생각한다.
사내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으레 물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마사지로, 아님?"
"자신 있는 걸로 해. 단 화끈하게...."
사내의 손이 들어온다.
언제나처럼 아주 신속한 사내들의 손은 엉덩이와 두덩 사이를 쓰다듬는다.
오늘은 별 느낌이 없다.
사내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가랑이를 맡겨두고 있다.
사내는 손가락으로 음순을 헤집고 있다.
사내의 바지를 내린다.
크림을 잔뜩 바른다.
사내의 것은 일어서지 않는다.
낭패다.
세희는 사내의 가슴팍으로 손을 밀어 넣고 젖꼭지를 당긴다.
그리고 한 손으로 사내의 양쪽 방울을 쓰다듬는다. 반응이 없다.
"아저씨.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잘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섹시하게 해보란 말이야. 씨...."
세희는 입으로 가져간다.
흐물흐물한 중년 사내의 성기가 입안 가득히 들어온다.
눈을 감고 빨아댄다.
서서히 일어난다.
입안에 팽창한 사내의 성기가 자꾸 커진다.
빨리 끝내고 싶은 세희는 아주 속도감 있게 빨아댄다.
사내는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누워있다.
시간이 흐른다.
어제의 기억이 문득 난다.
차 속에서 나눈 김 대리와의 관계가 자꾸 떠 오른다.
아주 처절하게 자신의 욕망을 나타내고 말았던 그 낭패감과 후회감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서비스 자세로 돌려대던 것이 더욱 후회스럽다.
김 대리는 나를 어떻게 볼까.
적당한 끼를 지닌 여성이 아니라 아주 화냥기가 넘치는 색녀로 본 것은 아닐까.
아. 지금의 내 입 속에는 알지 못하는 술꾼의 남근이 가득하다.
이 비릿한 느낌의 남자 생식기를 나는 온 입으로 빨고 있다.
매일매일 이를 닦으며, 나는 낯선 사내들의 성기를 빨 준비를 한다.
난 오로지 돈을 위해서 이러고 있는가.
그런데 이런 일이 어째 크게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인가.
사내는 아직도 반응이 없다.
벌써 이십 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세희는 치마를 올린 뒤 팬티를 내린다.
오늘만큼은 빨리 일을 마치고 싶다.
실제 삽입을 해서라도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진다.